수원웨딩박람회 다녀와서 신혼여행 예산 절반으로 줄인 방법
결혼 준비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게 뭐냐고 물으면 단연 예산이다. 청첩장부터 혼수까지 견적서만 수십 장인데, 숫자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우리도 그랬다. 특히 신혼여행 상담받고 나서는 진짜 막막했는데, 수원웨딩박람회에서 오히려 예산 아끼는 법을 깨달았다. 좀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4월 셋째 주 일요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웨딩박람회에 예비 신부랑 같이 갔다. 사실 서울 코엑스 박람회도 고민했는데, 우리 둘 다 경기도 거주라 수원이 더 가까웠다. 주차도 편하고. 아침 10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주차장이 반쯤 차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입구에서 사전등록 확인하고 들어가니까 팸플릿이랑 에코백을 줬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규모에 놀랐다. 서울 박람회보다 작을 줄 알았는데,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 예복, 한복, 허니문, 가전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리 목표는 두 가지였다. 스드메 견적 비교하고, 신혼여행 정보 얻는 것. 오전에는 스튜디오 위주로 돌았다. 수원 분당 쪽 스튜디오가 많이 나와 있었는데, 서울보다 가격이 확실히 저렴했다. 같은 컨셉 촬영인데 30~50만원 정도 차이 났다. 수도권이라 서울 출장 촬영도 가능하다고 했다. 세 군데 상담받고 포트폴리오 비교해서 마음에 드는 곳에 계약금 걸었다.
점심은 컨벤션센터 안 푸드코트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바로 신혼여행 부스로 갔다. 여행사 부스가 한쪽 벽면을 따라 쭉 있었는데, 상담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았다. 번호표 뽑고 20분 정도 기다렸다. 상담사분이 친절하게 목적지별 패키지를 설명해주셨는데, 가격표 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몰디브 워터빌라 6박 8일이 1인당 700만원, 둘이면 1400만원이었다. 세이셸도 비슷했고, 그나마 저렴하다는 발리가 450만원대, 푸껫이 380만원대였다. 우리 신혼여행 예산이 둘이 합쳐서 500만원인데, 패키지로 가면 동남아 중저가 리조트가 한계였다. 근데 솔직히 신혼여행인데 그냥저냥한 데서 묵고 싶지 않았다.
상담 끝나고 부스 나와서 예비 신부랑 눈이 마주쳤다. 표정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인지 알았다. “우리 직접 알아볼까?” 박람회장 구석 벤치에 앉아서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패키지 대신 항공권이랑 숙소 따로 예약하면 얼마나 차이 날지 계산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발리로 정했다. 허니문 하면 몰디브가 로망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우리 예산에는 발리가 딱이었다. 우붓 계단식 논도 보고 싶었고, 프라이빗 풀빌라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트립닷컴 할인코드로 항공권 먼저 검색했다. 인천-발리 직항이 1인당 65만원, 둘이면 130만원이었다. 경유편은 50만원대도 있었는데, 신혼여행에 경유 10시간은 좀 그래서 직항으로 정했다. 신규 가입 할인이랑 앱 전용 할인까지 적용하니까 둘이 120만원대로 내려왔다.
숙소는 호텔스닷컴 할인쿠폰 검색해봤다. 우붓 쪽 프라이빗 풀빌라가 1박에 35만원, 스미냑 해변 리조트가 1박에 28만원 정도였다. 호텔스닷컴 앱 전용 할인에 신규 쿠폰까지 적용하면 10% 넘게 빠졌다. 아고다랑도 비교해봤는데, 우붓 풀빌라는 호텔스닷컴이, 스미냑 리조트는 아고다가 더 저렴했다. 플랫폼마다 강점이 달라서 같은 숙소도 꼭 비교해봐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항공권 120만원, 우붓 풀빌라 3박 95만원, 스미냑 리조트 3박 72만원. 총 287만원이었다. 박람회 패키지 최저가가 둘이 760만원이었는데, 직접 예약하면 287만원. 거의 500만원 차이였다. 물론 패키지에는 일부 식사랑 투어가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래도 남는 돈이 너무 컸다. 이 돈이면 현지에서 고급 레스토랑 매일 가도 남았다.
예비 신부가 계산 결과 보더니 “왜 다들 패키지로 가는 거야?”라고 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아마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혹은 여행사가 다 알아서 해주니까 편해서일 것이다. 근데 핸드폰 검색 30분 투자로 500만원 아꼈다. 시급으로 치면 천만원이다. 이런 가성비가 어디 있나.
박람회장 벤치에서 항공권부터 바로 결제했다. 트립닷컴 앱에서 예비 신부 여권 정보까지 입력하고 결제 완료. 숙소는 집에 가서 리뷰 좀 더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식사 후에 둘이서 노트북 앞에 앉아 숙소 사진이랑 리뷰 꼼꼼히 읽었다. 우붓 풀빌라는 정글 뷰에 조식 포함인 곳으로 골랐다. 리뷰에 “신혼여행으로 최고였습니다”, “직원들이 꽃잎 장식해줘서 감동받았어요” 이런 코멘트가 많았다. 스미냑은 해변 도보 3분 거리 리조트로 정했다. 루프탑 풀에서 선셋 보는 사진이 너무 예뻤다.
최종 예약 끝나고 정산해봤다. 항공권 122만원, 숙소 6박 162만원, 총 284만원. 현지 비용 하루 25만원씩 넉넉하게 잡아도 7일이면 175만원. 합쳐서 459만원이면 발리 6박 8일 신혼여행이 해결됐다. 예산 500만원에서 40만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발리에서 프라이빗 선셋 디너 예약했다. 해변에서 둘이서만 촛불 켜고 식사하는 코스. 패키지로 갔으면 이런 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수원웨딩박람회 다녀와서 깨달은 게 있다. 박람회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손해다. 스드메처럼 직접 보고 상담받아야 하는 건 박람회가 효율적이다. 여러 업체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으니까. 근데 신혼여행은 다르다. 패키지 마진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직접 예약하면 반값에 더 좋은 숙소에서 묵을 수 있다. 시간 투자 대비 절약 효과가 엄청나다.
지금 결혼식까지 6주 남았다. 스드메 피팅 일정 잡혀있고, 신혼여행 예약은 이미 끝났다. 발리 풀빌라 사진 볼 때마다 설렌다. 수원웨딩박람회 벤치에서 핸드폰 들고 예약하던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북적이는 박람회장에서 둘이 머리 맞대고 계산기 두드리던 그 순간이, 우리 결혼 준비 중 가장 똑똑한 선택이었다. 직접 찾아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한테 꼭 말해주고 싶다. 신혼여행은 패키지 상담만 듣지 말고 직접 검색해보라고.



